신문종이

 


  스무 해 남짓 헌책방마실을 하며 헌책방지기를 바라보면, 퍽 많은 헌책방지기는 책손이 뜸하거나 한갓질 적에 으레 신문을 읽곤 한다. 천천히 책시렁 갈무리하는 분이 있고, 책을 읽는 분이 있으며, 텔레비전을 켜는 분이 있는데, 이 가운데 신문을 펼쳐 읽는 분이 무척 많다.


  헌책방지기가 신문을 좋아해서 신문을 으레 읽을는지 모르리라. 그런데, 어느 헌책방이건 신문종이가 어김없이 한쪽에 쌓인다. 이 신문종이는 ‘책을 많이 고른 책손’이 있을 적에 끈으로 책을 묶으면서 위아래로 받칠 때에 즐겨쓴다. 요새는 비닐봉지 많고, 서류봉투 곧잘 흘러나와, 이런 종이 저런 비닐로 책꾸러미를 싸곤 하지만, 예전에는 책꾸러미를 끈으로 묶을 적에 신문종이를 많이 썼다. 헌책방에서 신문을 받아보는 까닭이라면, 책꾸러미 쌀 적에 쓸 생각이기 때문이랄까.


  비오는 날이면 이 신문종이가 헌책방 바닥에 놓이곤 한다. 빗물에 젖은 책손 신을 신문종이에 대고 톡톡 털면, 헌책방 바닥에 물기가 적게 튀곤 한다.


  책탑을 쌓을 적에 신문 한 장 작게 접어서 사이에 끼우면, 책탑이 반듯하게 서면서 책등이 잘 보여 책이름 살피기에 좋다. 바닥에 책탑을 쌓을 적에도 신문종이를 맨 밑바닥에 대면 책이 덜 다친다.


  여느 사람들은 신문종이를 냄비받침으로 곧잘 쓰는데, 헌책방에서 신문종이는 여러모로 알뜰히 쓸모가 많다. 헌책방지기는 ‘안 팔리고 쌓이는 책’을 ‘헌 종이 모으는 할매나 할배’한테 넘겨주어도, 신문종이는 안 넘겨주기 마련이다. 4346.5.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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