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찾아내는 책

 


  아직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쓴 책이기에 안 읽을 수 있다. 이제껏 이름마저 모르는 사람이 있기에, 왜 나는 이녁 이름마저 몰랐나 하고 여기며 더 마음을 기울여 읽을 수 있다.


  마음을 열지 않고 책을 열지 않을 수 있다. 마음을 열며 책을 열 수 있다. 언제나 스스로 한다. 책을 찾아내어 읽고픈 사람도 스스로 책을 찾아내어 읽는다. 책을 찾아내지 않고 책을 읽지도 않는 사람 또한 스스로 책을 안 찾아내어 안 읽는다.


  사랑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사랑한다. 미워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미워한다. 좋아하려는 마음을 품기에 좋아한다. 싫어하려는 마음을 품기에 싫어한다. 늘 스스로 한다.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누리며, 스스로 찾는다. 스스로 나누고, 스스로 어깨동무하며, 스스로 베푼다.


  사 놓고 몇 해째 안 들추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여러 해만에 펼친다. 《코끼리를 쏘다》를 비롯해 1980년대와 1970년대에 한국말로 나온 조지 오웰 님 산문책을 떠올린다. 얼추 열 해에 한 차례쯤 한국말로 나오는 조지 오웰 님 산문책인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닥 사랑받지 못하다가 2010년대에 들어 비로소 퍽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기에 사랑받지 못했을까.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잘 알아보려 하니까 사랑받을 만할까.


  조지 오웰 님은 스스로 ‘이야기 느끼고 싶은 곳’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귀로만 스쳐 듣는 이야기 아닌, 몸으로 겪고 만나면서 이녁 눈길로 바라보려는 이야기로 하나둘 부대꼈다. 스스로 삶을 찾아내며 살았기에 스스로 쓸 글을 스스로 찾아내어 책을 묶었다. 이녁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녁 스스로 일구어 글을 빚었다. 어디에서나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고, 언제라도 사랑스러움을 말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꾸준히 글을 써서 책 하나로 여미었다고 느낀다.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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