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너는 솜씨

 


  작은아이가 똥을 누어 냄새 나는 이불을 비누로 벅벅 문질러 비빔질을 하고서 빨래기계에 두 채 넣는다. 석 채째 빨래기계에 넣자니 빨래기계가 벅차 한다는 느낌 든다. 그래, 두 채만 기계한테 맡기고 한 채는 내가 빨자.


  뜨끈뜨끈한 봄날 이틀치 쌓인 아이들 옷가지 수북하다. 개구지게 논 아이들 옷 갈아입히다 보니 한 가득 쌓인다. 빨래기계한테 맡기자면, 세 차례쯤 돌려야 할 텐데, 이렇게 하자면 세 시간 남짓 든다. 너무 오래 잡아먹겠다 싶어, 이불 두 채만 빨래기계더러 빨라 하고, 이불 한 채에다가 수북한 아이들 옷가지는 내가 빨기로 한다.


  한 바구니 빨아 큰아이 부른다. 벼리야, 이 대야 평상에 갖다 놓아 주렴. 네, 하며 영차영차, 무거워, 하면서 들고 간다. 신나게 비비고 헹구며 또 한 바구니 빨아낸다. 다시 큰아이 부른다. 벼리야, 이 대야도 평상에 갖다 놓아 주렴. 네, 하면서 까르르 웃는다. 뭘 그리 좋아하나. 마저 세 바구니째 빨래를 마치니, 아버지가 시키지 않았는데 큰아이 스스로 가볍게 들고는 통통통 소리내며 마당으로 나가는 소리 들린다.


  손으로 비비고 헹구며 빨래한 이불을 짠다. 물기 어느 만큼 짠 뒤 대야에 담아 마당으로 내려선다. 어라, 큰아이가 어느새 옷걸이로 꿰어 이불널개에 옷가지를 널었네. 그렇구나. 옷걸이에 꿰며 빨래놀이를 했구나. 이불과 기저귀와 수건만 넌 다음 큰아이 하는 양 물끄러미 지켜본다. 평상에 앉아 “이거는 내 옷. 내 거.” 하며 옷걸이에 꿰어 널고, “이거는 어머니 옷. 엄머니 거.” 하며 또 옷걸이에 꿰어 넌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빛난다. 갓꽃과 유채꽃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마을 멧새 후박나무에 내려앉아 노래를 한다. 아이고 예쁜 것, 착하기도 하지. 그런데 이렇게 줄줄 걸면 바람 불며 한 곳에 겹친단다. 그러면 옷가지 잘 안 마른단다. 네가 애써 여기에 널었지만 옮겨서 따로따로 걸어야 해. 알겠지? 4346.5.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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