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강아지 책읽기

 


  빨래터에서 놀던 작은아이가 뽀지직 똥을 눈다. 빨래터 한쪽 귀퉁이를 똥으로 물들인다. 치워야 한대서 큰아이가 집으로 달려와 밀솔을 가져간다. 방에 드러누워 허리를 펴다가 일어난다. 빨래터로 가는 길에 길바닥에서 땅강아지 한 마리 본다. 땅강아지는 사람 발자국 소리 듣더니 얼른 앞발로 땅을 파서 숨으려 하는데, 시골 길바닥도 시멘트로 덮였으니 파일 턱 없다. 가냘프고 딱한 땅강아지는 이리 기어가다가 땅을 후비는 시늉 하고 저리 기어가다가 땅을 파헤치는 손짓을 한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살며시 쥐어 흙바닥으로 된 논둑에 내려놓는다. 땅강아지는 비로소 한숨을 쉬며 제가 깃들 자리를 찾는 듯하다. 얘야, 시골마을이라 해서 네가 숨거나 깃들 흙땅 변변하게 없어. 마을로 내려오지 말고 숲으로 올라가렴. 깊고 깊으며 깊은 숲속에서 깃들어 지내렴. 사람들이 맨발로 다닐 수 없는 마을자락에서는 너, 땅강아지 살 보금자리 없단다. 4346.5.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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