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질 (도서관일기 2013.5.1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몸이 후끈 달아오른 큰아이를 품에 안고 한밤 새운 탓인지 내 몸도 후끈 달아오르며 기운이 쏙 빠진다. 그래도 도서관 일을 하자 생각하며, 집안에 잔뜩 있는 책을 상자에 담아 도서관으로 간다. 아이들은 집에서 놀고, 오늘은 아버지 혼자 도서관으로 간다. 집에서 가져온 책은 나중에 꽂기로 하고, 새로 들인 나무책꽂이 자리를 잡는다. 긴 나무막대기를 벽과 책꽂이 옆에 대어 단단히 여민다. 나무책꽂이 사이를 지르는 칸나무 없어, 긴 나무판을 알맞게 잘라서 댄다. 꽤 튼튼한 나무책꽂이인 만큼 그냥 써도 나쁠 일 없으리라 느끼지만, 칸나무를 하나씩 지르면 책꽂이는 훨씬 튼튼하다.


  어지러운 머리를 가누며 톱질을 한다. 한 칸 두 칸 사잇나무를 대고 책을 꽂는다. 책을 꽂기 앞서 바닥에 신문종이 한 장 깔고, 공공기관 철지난 간행물을 책꽂이 뒤쪽에 댄다. 이렇게 하고서 책을 꽂는다. 책이 조금 더 숨을 잘 쉬고, 책이 조금 더 오래도록 잘 지내기를 바란다.


  이윽고, 곰팡이 잘 피는 압축합판 책꽂이 하나를 뺀다. 곰팡이 잘 피는 압축합판은 창가에 붙여서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창가에 붙여놓아 늘 해바라기하도록 하면서, 이 자리에는 기념물이라든지 재미난 볼거리를 둘 수 있고, 사진을 붙일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몸이 좀 아프니 책꽂이 하나 들어서 나르면서도 꽤 벅차다. 나는 혼자 모든 일 맡는 도서관지기이니, 톱질도 하고, 책꽂이도 나르고, 청소도 하고, 책도 장만하고, 책을 읽어 소개글 쓰고, 소식지 만들고, …… 또 도서관 도움이 될 분들 찾으려고 알림글 쓰고, 이것저것 꾸린다.


  그래도 좋으니까 이 길을 걷겠지. 참말 이 삶 즐거우니까 이렇게 일하겠지. 우리 도서관이 꾸준히 얼마나 예쁘게 달라지고 거듭나는지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리라 느끼지만, 나는 나 혼자 우리 도서관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호젓하고 한갓지며 느긋하게 책을 아끼며 사랑하고픈 분이라면 앞으로 언제라도 도서관마실 기쁘게 하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책은 스스로 느긋하게 말미를 내어 읽지, 바쁜 일 사이사이 읽지 못한다. 책은 스스로 호젓한 넋이 될 때에 짬을 내어 읽지, 돈벌이에 지치거나 삶에 힘겨운 이들은 책을 읽지 못한다. 찔레꽃 잎사귀를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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