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마음

 


  길을 걷는 사람은 생각합니다. 두 다리로 디디는 이 땅을 가만히 생각합니다. 길을 걷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두 다리가 이 땅을 디디지 못하니, 이 땅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두 다리로 이 땅을 디디며 걸을 때에 비로소 생각하는 마음을 엽니다. 두 다리로 이 땅을 디디지 않고 살아갈 때에는 생각하는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생각하는 마음을 열 때에 서로 사랑을 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열지 못할 때에 함께 사랑하는 길을 잊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음을 열 때에는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바라며 민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권력자는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걸림돌을 마련합니다. 전쟁을 일으키고 계급을 가르며 우상을 세웁니다. 오늘날에는 자동차를 만들어 사람들 생각을 가로막습니다.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앞만 바라보아야 하고, 때때로 옆이나 뒤를 거울로 흘끔흘끔 쳐다보아야 합니다. 이동안 생각을 틈이 없습니다. 자동차가 첨단에서 더 나아가면서, 자동차를 모는 동안 라디오를 듣거나 손전화를 쓰거나 텔레비전을 봅니다. 자동차를 타면서도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아예 어떠한 생각도 못하도록 여러 장치가 나옵니다. 자동차를 타면서 생각을 기울이다가는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한참 헤매야 하거나, 건널목에서 사람을 치거나 다른 자동차와 부딪히고 맙니다.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생각할 겨를을 빼앗깁니다. 자동차를 안 타더라도 찻길 가까이 있으면 자동차 소리 때문에 귀가 찢어집니다. 자동차 소리뿐 아니라 자동차가 우악스럽게 내달리면서 ‘사람더러 비키라’고 빵빵대기에, 그만 생각을 잊거나 잃습니다. 찻길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있더라도 고속도로나 넓은 찻길이 둘레에 있으면,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든 고요히 몸을 다스리면서 생각을 기울이는 매무새를 건사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 달리며 내는 소리가 집안으로 스며들거든요. 그렇다고 소리를 꽁꽁 막는 두꺼운 유리문이나 벽을 댄다면, 집 둘레 풀소리·나무소리·벌레소리·새소리·개구리소리·바람소리 들이 막힙니다. 생각을 열도록 북돋우는 숲소리까지 닫아걸어 막아서는 유리문과 벽입니다.


  두 다리로 걷지 않으면 생각을 빼앗깁니다. 두 다리로 걷더라도 곁에 자동차가 넘치면 생각이 흔들립니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면 두 다리로 걸어야 하며, 자동차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자동차가 찢는 소리 아닌 숲이 베푸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생각하는 마음을 북돋아 사랑을 바라고 꿈을 키우며 믿음을 나누려 한다면, 조용한 보금자리와 마을과 삶터가 되게끔 힘을 쏟아야 합니다. 자동차 오가는 찻길 아닌 숲이 푸르게 빛나는 들판과 멧골이 되도록 슬기를 빛내야 합니다. 4346.5.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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