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집
집 둘레가 온통 풀밭을 이룬다. 봄이 무르익는다. 구름이 멧자락에 걸치고, 들풀은 푸른빛 뽐낸다. 어른도 아이도 밖에서 지내기에 좋고, 밖에서 일하든 놀든 사랑스러운 날씨가 이어진다. 풀밭에서는 아이들이 신나게 뛸 수 있다. 이리 달리고, 저리 뜀박질 할 만하다. 목소리를 굳이 낮추지 않아도 된다. 마룻바닥이나 마당을 쿵쿵 울리도록 굴러도 된다. 새들과 함께 까르르 웃음을 터뜨려고 되고, 후박나무 그늘에서 노래를 불러도 된다. 거리껴야 할 것이 없다. 아이들 놀이를 가로막을 것이 없다. 아이들이 떠들며 논대서 이웃에서 무어라 할 사람 없다. 우리 아이들 소리가 마을을 울린다.
어떤 집에서 살아야 즐거운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아이들이 뛰고 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구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살 만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뛸 수도 노래할 수도 없다면, 살 만하지 못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자동차 소리를 아침부터 밤까지 늘 들어야 한다면, 신나게 뛰거나 구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살 만하지 못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기계소리나 전자제품 소리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날 수 있어야, 바람이 들려주는 소리와 벌레와 개구리와 새들 노랫소리 어울려야, 참말 살 만한 좋은 보금자리 된다고 생각한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즐겁게 살림 꾸리며 사랑 피워올릴 아름다운 보금자리 일굴 수 있기를 빈다. 4346.5.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