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길
아이들과 마실을 간 일산에서 건널목을 건넌다. 맞은편에서 젊은 어머니 한 분이 자전거 짐받이에 걸상을 붙여 작은아이를 태운다. 젊은 어머니 앞에는 새끼바퀴 붙인 두발자전거로 큰아이 스스로 달린다. 멋지구나. 아이들과 건널목 건너면서 물끄러미 지켜본다. 그런데, 세 사람 두 자전거가 건널목 지날 무렵, 건널목 끝자락 자전거길에 자동차 한 대 서서 부릉거린다. 사람과 자전거 지나가는 푸른불 들어왔으나, 이러거나 저러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저 먼저 가고플 뿐이다.
사진 한 장 찍는다. 자전거길에 함부로 바퀴 올려놓은 저 자동차와 일제강점기 제국주의자 군화발하고 똑같다. 자동차 먼저 갈 생각에 사람과 자전거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은 총칼 들고 정권 가로챈 독재자하고 똑같다. 서로 무엇이 다른가. 둘은 어떻게 다른가.
슬기롭고 아름다우며 착하면 좋으나, 슬기롭지 않고 아름답지 않으며 착하지 않다면 하나도 안 좋다. 사람이 만든 자동차는 사람을 깔보고 짓밟는다. 사람이 만든 독재정권과 총칼은 사람을 얕보고 억누른다. 사람은 꽃보다 곱지 않다. 그렇다고 꽃이 사람보다 곱지 않다. 사람은 사람빛이고, 꽃은 꽃빛이다. 그런데, 사람들 가운데 스스로 사람빛인 줄 헤아리는 사람은 나날이 줄어든다. 사람들 가운데 스스로 사람빛 북돋우려고 마음과 힘과 슬기와 사랑을 기울이는 사람은 자꾸자꾸 사라진다. 자동차를 타거나 모는 사람들은 스스로 사람빛을 생각조차 안 하기 일쑤이다. 국민신문고에 올리려고 알아보니, 사람 목숨을 해코지하는 자동차한테 고작 벌금 5만 원 물린단다. 벌점은 따로 없단다. 그나마 2013년부터 벌금 4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랐단다. 4346.5.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