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사람들이 제아무리 냇가·들·숲·멧골·뻘·바다 들을 엉터리로 망가뜨리거나 허물더라도, 풀과 나무는 천천히 되돌려 놓는다. 오래 걸리거나 더디 걸리기는 하지만, 풀과 나무는 찬찬히 뿌리를 내리며 푸른 숨결 뻗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천천히 풀과 나무가 퍼지는 줄 깨닫지 않고는, 자꾸자꾸 시멘트 들이부으면서 껍데기를 씌우고 거짓을 늘린다. 바보스러운 짓을 일삼고 어리석은 짓을 꾀한다.


  사람이 건드리니 냇물이 넘친다. 사람이 건드리니 들이 푸르지 않다. 사람이 건드리니 멧골이 엉망이 된다. 사람이 건드리니 뻘목숨이 죽는다. 사람이 건드리니 바다가 지저분하다.


  사람은 그저 누리면 된다. 냇물을 누리고 들판을 누리면 된다. 사람은 그예 나누면 된다. 멧골과 뻘과 바다를 서로 나누면 된다. 숲은 몇몇 사람이 혼자 차지할 수 없다. 숲은 몇몇 사람 밥그릇 채우는 장삿속이 될 수 없다. 수십 조 아닌 수천 조를 들여 보아라. 낙동강이나 섬진강이나 한강이 살아날 수 있는가. 돈이나 품을 들이더라도 냇물 한 줄기 살리지 못한다. 돈을 들이지 말 노릇이요, 사람들이 쓰레기 버리지 않을 노릇이다. 도시문명 사회에서 갖은 쓰레기와 배기가스를 내뿜는데, 냇물 한 줄기 살아날 턱이 없다.


  숲은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는 풀과 나무가 살린다. 숲은 천천히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워 꽃을 피우는 풀과 나무가 살찌운다. 사람은 풀과 나무를 사랑할 노릇이다. 사람은 풀과 나무하고 함께 살아갈 노릇이다. 4346.5.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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