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으로 책 묶기
지난날에는 책방마실 하는 사람들이 집으로 택배를 부치는 일이 드물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장만하더라도, 누구나 으레 가방에 집어넣거나 끈으로 묶은 책덩이를 손수 들고 집까지 날랐다. 한 번에 나르기 힘들 만큼 많이 골랐으면 이듬날이나 다음에 다시 찾아와서 마저 가져가기로 하고 책방에 묶어 두곤 했다. 책방 일꾼이라면 책을 단단히 묶을 줄 알았고, 책손 또한 책을 단단히 여미는 손품을 ‘책방 일꾼한테서’ 배웠다. 살림집 넉넉히 마련해서 오래도록 안 옮기는 책사랑꾼도 있지만, 살림집을 자주 옮겨야 하는 책사랑꾼도 있다. 살림집 옮겨야 하는 책사랑꾼은 헌책방 일꾼한테서 ‘십자 매듭’과 ‘옥매듭’을 배운다. 찬찬히 배운 ‘책 매듭짓기’를 이녁 살림집 옮길 때에 몸소 즐긴다. 책을 잘 묶을 줄 알면, 다른 짐도 잘 묶을 줄 알기 마련이요, 책덩이뿐 아니라 다른 짐도 잘 옮길 줄 안다.
책을 끈으로 묶으면 비닐봉지를 안 쓴다. 책을 묶은 끈과 신문종이는 얼마든지 되쓴다. 돈이 많아 책을 잔뜩 장만하든, 돈이 적어 책을 조금 장만하든, 책을 장만해서 읽는 사람은 ‘스스로 가방으로 짊어지거나 손으로 들어서 나를 만한’ 무게와 부피를 건사한다. 자가용에 실어서 나른다거나 택배로 맡긴다거나 할 때에는 ‘스스로 다 읽어내지 못할 책’을 장만하는 셈이다.
깊은 시골에서 살아간다면, 띄엄띄엄 책방마실을 하면서 한 달이나 두 달이나 석 달 즈음 읽을 책을 한꺼번에 장만할 수 있겠지. 그러지 않고 도시에서 지낸다든지 도시와 가까운 시골에서 지낸다면, 틈틈이 책방마실을 즐기면서 그때그때 읽을 만큼 알맞게 책을 장만하면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자주 찾는 만큼 책이 잘 보인다. 틈틈이 마실하는 만큼 책이 내 앞으로 나타난다. 4346.5.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