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걷는 책읽기
골목걷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찻길만 걸어야 한다면 발바닥이 아프고 다리가 결리며 몸이 고단하다. 그러나, 스스로 좋은 마음 불러일으켜 즐겁게 걸을 수 있다. 스스로 좋은 생각 길어올려 곱게 걸을 수 있다.
지난날 사람들은 짚신을 신거나 나막신을 신었다. 지난날 사람들은 맨발로 스스럼없이 살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찻길을 맨발로 다니기 힘들다. 아니, 도시 한복판에서 맨발로 다녀 보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깔창과 바닥 두껍게 댄 구두나 신을 신을 수밖에 없다. 발바닥이 땅을 느끼지 않고, 발과 손과 몸이 흙을 느끼지 못한다. 길은 걷지만, 발이 숨을 쉬지 못한다. 길을 걷더라도, 몸이 지구별을 널리 품지 못한다.
높디높은 시멘트 층집이 빽빽이 선 곳은 사람이 걸을 수 없는 데이다. 높디높은 시멘트 층집이 빽빽이 선 곳은 자동차만 싱싱 달리는 곳이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동네는, 도시에서 골목동네뿐이다. 지붕 낮은 집들이 앙증맞게 어깨를 겯는 골목동네에도 자동차 오가거나 자동차 서서 사람들 걷기 힘들도록 가로막기는 하지만, 작은 집들이 서로 보듬으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막고 차가운 바람을 가리며 포근한 햇살을 나눈다.
도시사람이 골목을 걷자면, 맨 먼저 자동차가 사라져야 한다. 자동차가 사라지는 길은 굳이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안 깔아도 되니, 흙땅이나 풀숲이 살아날 수 있다. 흙땅이나 풀숲이 살아나면, 텃밭을 일굴 만하고 들풀 뜯을 만하다. 이런 곳에는 나무씨앗 한 톨 두 톨 드리우며 들나무 한두 그루 씩씩하게 자랄 테지.
골목이 차츰 숲이 되고 들이 될 때에, 이러한 골목에서 아이들 뛰놀 만하고, 어른들 도란도란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꽃 피울 수 있다. 아이들이 뛰놀면서 어른들이 까르르 웃고 어울리는 골목일 때에, 비로소 누구나 즐겁게 거닐면서 생각을 빛내는 길이 된다. 4346.5.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