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 책읽기

 


  새책방이나 헌책방이나 참고서를 몹시 많이 판다. 이 나라 초·중·고등학교 아이들과 대학생까지, 또 회사원이나 꽤 많은 어른들까지, 수험서나 교재를 아주 많이 사서 읽는다. 새책방이든 헌책방이든 참고서랑 수험서랑 교재가 무척 넓은 자리를 차지한다. 아마 참고서·수험서·교재, 이렇게 세 가지를 다루지 않으면, 조그마한 책방이든 커다란 책방이든 살림돈 벌어들이지 못하리라. 아이들도 어른들도 참고서·수험서·교재를 사서 읽으면서 시험점수를 따거나 높이면서 자격증이나 졸업장 거머쥐어야 도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그런데, 우리는 왜 살아남아야 할까. 우리는 왜 서로 겨루거나 다투면서 내 자리를 거머쥐거나 지켜야 하는가.


  어깨동무를 하거나 품앗이를 하며 살아가면 즐겁지 않을까. 손을 맞잡거나 두레를 하며 살아가면 기쁘지 않을까.


  참고서 꽂힌 책시렁을 바라보면 슬프고, 어두우며, 고단하다. 참고서 가득 채워야 하는 책시렁을 바라보면 아프고, 힘들며, 안타깝다. 삶을 밝히는 책으로 채울 책시렁인데. 삶을 노래하는 책으로 빛낼 책꽂이인데. 삶을 사랑하는 책으로 가꿀 책밭인데.


  학교에서 교과서를 내려놓고, 수험서와 참고서와 교재 모두 치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참배움 이루어리지라 생각한다. 아이도 어른도 교과서를 비롯해, 수험서와 참고서와 교재 모두한테서 홀가분할 수 있을 때에, 바야흐로 참누리 일구리라 생각한다. 자기계발이란 이름 붙은 책을 읽을 때에는 자기계발을 못한다. 시집을 읽을 때에 자기계발을 한다. 처세경영이란 이름 달린 책을 읽을 때에는 처세경영 어느 하나조차 못한다. 문학을 읽고 인문학을 읽을 때에 처세경영 슬기롭게 할 줄 안다.


  책을 읽어야 마음을 살찌운다. 책을 읽지 않으니 마음을 못 살찌운다. 책을 쓸 줄 아는 매무새 될 때에 생각을 북돋운다. 책을 쓸 줄 아는 매무새 갖추지 못할 때에는 생각을 못 북돋운다. 4346.5.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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