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나오는 아이들과

 


  어린이날 맞추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으로 찾아간다. 나는 밤새 집안일 한다. 새벽에 빨래를 하고 밥을 한다. 아이들은 새근새근 잔다. 자다가 칭얼거리는 아이들 쉬를 누인 다음 토닥토닥 재우고는, 다시 이것저것 일손 붙잡는다. 고흥부터 일산까지 가는 길에 아이들 먹을 밥이랑 이것저것 꾸린다. 아침 여덟 시 십오 분 군내버스 타고 읍내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모든 짐 다 꾸린 아침 여덟 시에 아이들 깨운다. 큰아이는 스스로 옷 입으라 하고, 작은아이는 바지 갈아입히고 양말 신긴다.


  부랴부랴 마을 어귀 버스터로 나온다. 한참 기다려도 군내버스 안 온다. 왜 오는가 싶더니, 내가 버스때를 잘못 읽었다. 여덟 시 십오 분 아닌 여덟 시 사십오 분 버스였다.


  아이들이 배고프다 한다. 시외버스에서 주려 하던 빵을 꺼낸다. 잼병도 꺼낸다. 달기잼을 발라 두 장씩 준다. 시골마을 아침볕 받으며 나무걸상에 앉아 군내버스 기다리는 동안 빵조각 먹는다. 아이들 곁에 내가 짊어질 가방을 놓고 바라보니, 내가 짊어질 가방은 아이들 몸피보다 크고 아이들 몸무게보다 무겁다. 서울 가는 시외버스 탈 때까지 졸음을 참자. 4346.5.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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