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읽기

 


  아이들 데불고 다니면, 아이들 얼굴 보는 일이 책읽기이지. 읍내에 마실을 가더라도 책 하나 가방에 늘 챙기기는 하지만, 가방에서 책을 꺼내어 한 쪽이라도 펼칠 수 있는 겨를은 좀처럼 안 난다. 고흥에서 서울까지 네 시간 반 시외버스를 달리는 동안 읽으려고 책 서너 권 챙겼으나, 아이들이 버스에서 한숨조차 안 자면서 이리 구르고 저리 엉기며 노느라 몇 쪽 읽다가 덮는다. 참말, 아이들과 다닐 적에는 아이들 얼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다. 그래, 아이들과 다닐 때에는 아이들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아이들 눈빛과 몸짓과 목소리에서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책을 읽을밖에 없다. 4346.5.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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