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
멧등성이 구비진 길목에서
군내버스 기다린다.
봄볕 받으며 풀밭에서 뛰놀다가
버스 앞머리 보일 때
아버지가 동생 안고
손을 흔든다.
버스 아저씨가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보고도 그냥 지나가려는지
멈추는 듯 다시 달리려는 듯
오락가락하다가 멈춘다.
아버지가 내 손을 잡는다.
“자, 달리자.”
저 앞에 선 버스에서
할머니 두 분 내려
우리한테 마주 달려온다.
할머니 한 분 가방 받아 주고
할머니 한 분 내 손 잡아 주며
싸게싸게 버스 타자고 재촉한다.
“거그 버스 서는 데 아닌디
아이들 있어 세워 주오.
거그 말고 저 밑에 다른 데서 타야지,
거그는 위험해서 안 서요.”
아버지는 버스 아저씨한테
꾸지람 듣고
할머니들은 깔깔 웃는다.
“오늘은 자전거 안 타고
버스 타고 다니오.”
우리 사는 동백마을 보일 즈음
단추를 삐이 누른다.
할머니들 또 웃는다.
“어메, 저그 집인 줄 아나 보네.
근디 너무 빨리 눌렀다.
좀 더 가서 저그서 눌러야 하는디.”
4346.4.10.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