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풀과 꽃과 벌레를 그리는 어느 분을 만나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그림’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찬찬히 떠오르는 대로 짤막하게 글월 하나 적는다. 우리 아이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적는다. 그러고 나서, 흰종이에 정갈하게 옮겨적고, 글월 하나 옮겨적은 뒤 빈자리에 그림 몇 붙인다. 치마 좋아하는 큰아이를 그리고, 큰아이가 좋아하는 웃는 얼굴로 그리며, 꽃 두 송이와 나비 한 마리 그린다. 꽃은 두 송이라지만 나비는 한 마리라 여길 이 있을 텐데, 큰아이 스스로 나비이니까 한 마리만 그리면 된다. 그런 다음 아이 손에는 호미 한 자루와 연필 한 자루 그려 넣는다.


  마음을 담으니 글이고, 마음을 보여주니 그림이다. 마음을 쓰기에 글이고, 마음을 노래하기에 그림이다. 아닐까? 다른 사람은 어찌 생각할는지 모를 노릇이고, 나는 글과 그림을 이렇게 생각한다. 4346.5.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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