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어떻게 꽂는가

 


  도서관에서는 도서관분류법에 따라서 책을 꽂는다. 새책방에서도 도서관분류법을 얼추 따르면서 책을 꽂는다. 그러나, 헌책방에서는 도서관분류법을 쓰지 않는다. 헌책방마다 책을 꽂는 매무새 모두 다르다.


  도서관이나 새책방을 다니면서 ‘책 꽂는 매무새’나 ‘책 갖춘 모양새’ 다른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모두들 거의 똑같은 나눔법에 따라 책을 나누어 꽂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이나 사진책이나 그림책을 잘 안 갖추기 마련이고, 새책방에서는 비매품이나 공공기관 자료를 못 갖추기 마련이다. 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빌려서 보는 책을 으레 갖추고, 새책방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사들이는 책을 으레 갖춘다.


  헌책방에서는 비매품이나 공공기관 자료도 갖춘다. 헌책방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도 갖추고, 사람들이 거의 안 찾지만 누군가 꼭 찾을 법한 책이면 으레 갖춘다.


  헌책방 책꽂이는 헌책방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과 인천과 부산과 광주와 대구와 순천과 춘천과 강릉과 통영과 청주와 전주와 수원과 의정부와 여수에 있는 헌책방은 저마다 다른 삶자락에 맞추어 서로서로 다른 책꼴을 갖춘다. 고을마다 공공기관이 다르다. 고을마다 사람들 삶이 다르다. 고을마다 지역 문인이 다르고, 고을마다 학교와 시설과 모임이 다르다. 그러니, 고을마다 드나드는 책이 다르고, 어느 헌책방이건 저마다 뿌리를 내린 곳 빛깔과 무늬를 살피며 책꽂이를 보듬는다.


  개인 서재를 도서관분류법에 따라 갈무리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개인 서재를 도서관분류법에 따라 갈무리하면 좀 재미없으리라 느낀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책멋에 맞추어 이녁 깜냥껏 책꽂이를 돌볼 때에 한결 재미있고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이 헌책방을 다니고 저 헌책방을 다니면서, 이곳에서는 이런 멋을 만나고 저곳에서는 저런 맛을 누린다. 다 다른 헌책방에서 다 다른 책내음을 맡는다. 4346.5.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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