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써는 손도마

 


  아이들 아침밥 차리려고 찌개를 끓이며 두부를 송송 썬다. 이제 두부는 사지 않으려 했는데, 가게에서 두부를 지지며 파는 아주머니를 보고는, 한 번만 더 사야겠다고 느낀다. 어느 가게에서나 으레 ‘국산 콩’으로 두부를 빚는다고 말하지만, ‘유전자 건드린 콩’인지 아닌지까지 말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러한 두부를 굳이 먹어야 할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가게에서 사들인 두부는 맛나게 먹자 생각하며 두부를 송송 썰다가 문득 생각한다. 찌개에 넣는 두부를 썰 때에 나무도마에 대고 썬 일이 거의 없다. 언제나 손바닥을 도마로 삼아 송송 썰어서 곧바로 냄비에 넣는다. 도마에 얹어 썰면 더 모양 나게 썰는지 모르지만, 두부는 손바닥에 올려서 썰어도 모양이 잘 난다. 손바닥에 얹어서 냄비에 넣을 때에 냄비물이 덜 튄다.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아이들은 마당에서 논다. 밥과 찌개와 이런저런 반찬들 다 차렸다. 아이들을 부른다. 여섯 살 큰아이더러 수저를 놓으라 시킨다. 아이들은 조잘조잘 떠들면서 밥상 앞에 앉는다. 얘들아,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자. 싹싹 비우고 개구지게 뛰어놀자. 4346.5.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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