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5.2.
 : 예쁜 하늘

 


- 하늘이 예쁘다. 삼월에는 하늘이 포근하다고 느꼈고, 사월에는 하늘이 맑다고 느꼈는데, 오월에는 하늘이 참 예쁘다. 유월은 하늘이 싱그럽다고 느끼겠지. 칠월에는 하늘이 파랗다고 느끼겠지. 팔월에는 하늘이 시원하다고 느끼고, 구월에는 하늘이 높다고 느끼겠지.

 

- 하늘빛이 달마다 다르듯, 들빛도 달마다 다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느끼는 빛깔은 들을 멀리 내다보며 느끼는 빛깔하고 같다. 오월은 하늘도 숲도 들도 바다도 모두 예쁘다. 오월은 냇물도 예쁘고, 개구리와 벌레 노랫소리도 예쁘고, 아이들 놀이도 예쁘다. 밭자락마다 맛난 봄풀 예쁘고, 봄꽃은 많이 떨어졌지만, 봄까지꽃이며 민들레꽃이며 꽃마리이며 오래오래 꽃내음 풍긴다. 게다가 오월에는 나무꽃이 하나둘 깨어난다. 나무꽃 일찍 떨어진 자리에는 나무열매 천천히 익는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냇물 사이에 온통 예쁘게 어우러지는 빛깔이다.

 

- 아이들 태우고 우체국으로 간다. 오월에는 바람이 싱싱 불어도 따사롭다. 사월까지는 두꺼운 겉옷 하나 늘 수레에 두면서, 작은아이가 수레에서 잠들 때에 덮었으나, 오월부터는 작은아이 덮는 두꺼운 겉옷 치운다. 이제는 얇은 담요를 덮어도 된다.

 

- 산들보라는 자전거수레에 드러누워 잔다. 사름벼리는 샛자전거에 앉아 들과 하늘 바라보며 논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달린다. 맞바람이 불건 등바람이 불건 시원한 오월이다. 등줄기에서 흐르는 땀은 바람이 식힌다. 해바라기하면서 키 쑥쑥 크는 유채꽃 나부끼는 노란 물결 따라 마을 멀리 바라본다. 예쁜 하늘 등에 진 모습 좋다. 예쁜 들판 앞으로 펼쳐진 모습 좋다. 새도 벌레도 사람도 풀도 예쁜 빛 되는 봄을 누린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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