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고래 뒹굴며 읽는 책 1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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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63

 


마음으로 사귄 두 벗
― 생쥐와 고래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이상경 옮김
 다산기획 펴냄,1994.9.10./7500원

 


  개구리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 오월입니다. 일찍 깨어나는 개구리는 삼월에도 깨어나고, 사월쯤 되면 논이나 둠벙 둘레에 개구리들 꽤 많아 노랫소리 또한 제법 큽니다.


  개구리는 물가에서 살아갑니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도랑 있고 개울 있으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어요. 도시 아닌 시골에서도 온통 시멘트로 된 도랑에다가 논둑 밭둑 되고 말면, 시골조차 개구리 노랫소리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도랑이나 개울 있는 도시라 하더라도, 자동차 너무 넘친다면, 끝없이 공장과 전깃불 넘친다면, 이러한 데에서는 개구리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어요. 왜냐하면, 도랑이나 개울 있다 하더라도, 개구리한테 먹이가 있어야 하고, 개구리가 지내기에 아름다운 터전이 되어야 하거든요. 시골에서도 그래요. 도랑이나 개울 있는 시골이라 하더라도, 시골사람들 농약 씀씀이 버리지 않으면, 시골사람들 비료와 항생제 씀씀이 없애지 않으면, 개구리도 개똥벌레도 개똥지빠귀도 모두 사라지지요.


.. 아모스는 바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바다 저편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어느 날, 아모스는 바닷가에서 작은 배를 한 척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8쪽)


  바람이 붑니다. 오월을 맞이한 시골에서는 오월바람이 붑니다. 사월에는 사월바람 불었고, 유월에는 유월바람 불겠지요. 철마다 바람이 다르고, 달마다 바람이 바뀝니다. 겨울에는 차갑고 스산한 바람이라면, 봄에는 포근하고 보드라운 바람이에요. 봄바람 사랑거리는 삼월과 사월과 오월 지나 유월이 찾아오면, 이때부터 어떤 바람이 마을 사르르 감돌까요. 유월 지나 칠월과 팔월이 되고, 구월과 시월에 이르면, 또 어떤 바람이 온누리를 보듬을까요.


  오월바람 쐬면서 후박나무 꽃봉오리 볼그스름한 빛 어립니다. 온갖 해맑은 봄꽃 거의 다 진 오월에는 후박꽃이 피고, 후박꽃 곁에 탱자꽃이 있습니다. 탱자꽃 언저리에 찔레꽃 피고, 찔레꽃 둘레에는 하얀 딸기꽃 지면서 맺는 빨간 딸기알 가득해요.


  일찍 핀 딸기꽃은 일찍 져서 일찍 붉은 빨기알 맺습니다. 늦게 피는 딸기꽃은 늦게 지면서 오월 지나 유월이 되도록 붉은 딸기알 베풀어요. 이동안 석류나무에도 석류꽃 붉고, 뽕나무에도 뽕꽃 지면서 오디알 검붉게 익지요. 이제부터는 감꽃도 지면서 감알 푸르게 익어요. 감알은 차츰 굵어지고, 때때로 큰바람 몰아치면서 안 익은 푸른 감알 툭툭 떨굽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찾아오는 소리이지요.


  가을이 오면 가을내음 가득한 바람이 붑니다. 가을 한창 무르익은 뒤에는 천천히 겨울 찾아들면서 겨울빛과 겨울소리 들판에 소복소복 드리웁니다. 그러면 겨울이 한창 익고, 겨울이 살몃살몃 기울어 새삼스레 다시 봄이 깃들어요.


.. 어느 날 밤 아모스는 푸르스름한 인광이 번득이는 밤 바다를 가르며 한 무리의 고래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고래들이 뿜어내는 물줄기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참으로 놀랍고 신비로웠습니다 ..  (17쪽)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면서 들마다 푸른 빛으로 물결칩니다.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앉으면서 숲마다 푸른 빛무늬 가득합니다. 푸른 빛이 물결칠 적에는 푸른 빛이 내 마음속으로 스며듭니다. 푸른 빛무늬 가득할 때에는 푸른 빛무늬 내 가슴속으로 젖어듭니다.


  풀을 먹으면서 풀맛을 본다지만, 풀맛보다는 풀숨을 받아들이지 싶어요. 열매를 먹으면서 열매맛을 느낀다지만, 열매맛보다는 열매넋을 받아먹지 싶어요. 영양성분 아닌 숨결을 먹습니다. 과학이나 기술이나 정보나 지식이 아닌 사랑을 맞아들입니다.


  윌리엄 스타이그 님 그림책 《생쥐와 고래》(다산기획,1994)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책을 읽는 까닭은 정보를 얻거나 지식을 쌓고 싶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그림책을 읽어 아름다운 마음 되고 싶기 때문이에요. 아이들한테 좋은 그림책 읽히는 까닭은 독후감 잘 쓰거나 독서량 늘리고 싶기 때문이 아니에요. 좋은 그림책 읽는 아이들이 좋은 마음 되고 좋은 사랑 키우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 보리스의 등은 무척 편안하고 든든했습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입니까! 따사로운 햇볕 아래 눕자, 아모스는 그동안의 피로 때문에 곧장 곯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  (29쪽)


  그림책 《생쥐와 고래》에 나오는 생쥐는 바다를 꿈꾸면서 바다를 돌아보고 싶어 배를 한 첫 뭇습니다. 그림책 《생쥐와 고래》에 나오는 고래는 작은 생쥐를 바다 한복판에서 만나고는 새로운 벗 하나 사귀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저 작은 짐승이 나(고래)처럼 커다란 짐승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생각합니다.


  생쥐는 바다를 꿈꾸면서 바다를 누비지요. 고래는 작은 벗 생각하면서 작은 벗 다시 만나지요. 생쥐는 바다에서 어떤 삶 누릴까 하는 생각이 살짝 모자라 바다 한복판에서 그만 풍덩 빠집니다. 고래는 작은 벗을 살짝 얕보다가 그만 큰 물결에 휩쓸래 모래밭으로 떠밀립니다.


  고래는 생쥐를 돕습니다. 생쥐는 고래를 돕습니다. 고래는 튼튼하고 씩씩한 몸으로 생쥐를 돕습니다. 생쥐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고래를 돕습니다.


.. “친구야, 안녕.” 보리스가 커다랗게 울리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보리스는 파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두 친구는, 다시는 서로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서로를 결코 잊지 못하리라는 것도요 ..  (53쪽)


  사람과 사람은 서로 어떻게 사귈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어떻게 동무를 사귈까요. 어른들은 다들 어떻게 동무를 찾거나 만나거나 사귀는가요. 얼굴이 예쁘장해야 동무가 되나요. 돈이 있어야 동무로 삼나요. 이름값 높다든지 주먹힘 세야 동무가 되어 주나요.


  내 동무는 누구인가요. 나한테 반가운 동무는 누구인가요. 내가 만나고 싶은 동무는 어디에 있나요. 나를 반기거나 좋아하는 동무는 누구인가요.


  마음으로 사귀는 벗이 서로 아름답습니다. 마음으로 아끼는 이웃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마음으로 살피며 돌보는 풀·바람·햇살·빗물·숲·냇물이 아름답습니다. 마음이 있을 때에 밥 한 그릇 맛나게 차리고, 마음이 있기에 자장노래 곱게 부릅니다. 마음으로 사랑을 일굽니다. 마음으로 꿈을 이룹니다. 마음으로 지구별 따사롭게 지킵니다. 4346.5.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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