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밭, 딸밭, 똘밭

 


  들딸기와 멧딸기 나올 요즈음, 읍내 가게에서 파는 딸기는 값이 무척 싸다. 이제 비닐집에서 키우는 딸기는 팔림새가 많이 줄겠지. 이러면서 비닐집 참외가 나올 테고, 비닐집 참외에 이어 비닐집 수박이 나오리라.


  들판이나 멧기슭에 딸기잎 채 나지 않을 무렵부터 읍내 과일집에는 딸기가 나온다. 아니, 읍내 과일집뿐 아니라 도시에 있는 크고작은 마트와 백화점과 가게마다 네 철 언제나 딸기가 놓인다. 참외도 수박도 한겨울이건 이른봄이건 아랑곳하지 않고 맛볼 수 있다. 찻집에 가 보라. 늦가을에도 딸기쥬스 마실 수 있는걸.


  오이꽃이고 참외꽃이고 수박꽃이고 피려면 한참 멀었다. 수세미잎이고 오이잎이고 언제쯤 나려나. 그러나 철을 가로채서 비닐집에서 키우는 푸성귀나 열매는 그야말로 철이 없이 쏟아진다. 돈이 되는 딸기이고 참외이며 수박이다.


  우리 아이들하고 즐길 들딸기와 멧딸기를 헤아리며 돌아다닌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마을 들판이나 멧기슭을 가만히 살핀다. 고흥에서 들딸기랑 멧딸기 즐기려고 하는 분이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지만, 앞으로 열흘쯤 뒤부터 딸기마실 다닐 만하리라 생각한다.


  들딸기밭이나 멧딸기밭은 해마다 넓어진다. 사람들이 따먹어도 딸밭은 넓어지고, 사람들이 안 따먹어도 딸밭은 늘어난다. 딸밭에 흐드러지는 하얀 딸꽃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꽃과 같다. 하늘에는 별이요 땅에는 딸이랄까.


  예쁘게 피어나렴. 무럭무럭 자라렴. 바알갛게 익으렴. 너희 딸밭으로 아이들 자전거에 태우고 신나게 달려갈게. 4346.5.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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