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빨래

 


  잠을 자는 방을 치우며 쓸고 닦다가 큰아이가 숨긴 빨래 두 점 본다. 큰아이가 마당에서 흙놀이 개구지게 한 다음 슬쩍 벗어서 한쪽 구석에 던져 놓은 듯하다. 큰아이로서는 숨길 마음은 없었을 터이나, 흙옷 벗고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뒤, 벗은 옷을 잊었지 싶다.


  구석퉁이에서 며칠쯤 묵었을까. 흙자국 손으로 복복 문지르고 비비지만 흙기운 잘 안 빠진다. 하는 수 없지. 오늘 빨고 다음에 더 빨 때에 흙내 가시라 하지 뭐. 날이면 날마다 흙하고 뒹굴며 노는데 흙무늬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머스마 둘 낳아 돌본 우리 어머니는 나와 형이 ‘숨긴 빨래’를 얼마나 자주 많이 오래도록 빨면서 하루를 보내셨을까 돌아본다. 4346.4.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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