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깃발

 


  요 몇 달 사이,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푸른 빛깔 깃발이 눈에 확 뜨이도록 부쩍 늘어났다. 서울에는 아직도 나뭇잎 푸르게 빛나지 못하기에 푸른 빛깔 깃발은 한결 눈에 띄고, 시골에서는, 또 부산 같은 남녘땅 큰도시에서는, 푸르게 푸르게 새 잎사귀 돋는 찻길 나무들 사이사이 펄럭이는 푸른 빛깔 깃발 한껏 눈에 뜨인다.


  깃발은 무엇을 말할까. 깃발 하나로 어떤 이야기 들려줄 수 있을까. 깃발을 내거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깃발을 앞세우는 무리나 모임이나 기관이나 단체는 저마다 어떤 마음일까.


  새로운 마음 되자면서 깃발을 걸까. 새로운 마을 일구자면서 깃발을 높이는 셈일까. 찻길 옆 거님길 걷는다. 자동차 지나다니는 소리로 시끄러운 찻길 옆 거님길 걷는다. 이 길바닥에 굳이 돌을 깔고, 이 돌을 구태여 틈틈이 갈아야 하는지 헤아려 본다. 흙길을 걷거나, 흙길에서 돋는 들풀 밟으며 길을 걸을 수는 없을까.


  돈이 있는 사람이나 공공기관이나 회사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 돈이 적거나 없는 사람이나 모임은 어떤 일을 하려는 돈을 바라거나 꿈꾸는가.


  온 나라 곳곳에 새봄맞이 푸른 깃발 펄럭이게 하려고 들이는 품과 돈과 겨를이라면, 이 품과 돈과 겨를을 살짝 다른 곳에 들일 때에 얼마나 재미난 삶 짓고 마을 지으며 노래 부를 수 있을까 곱씹어 본다. 거리마다 ‘새 마 을’ 세 글자 나부낀다. 4346.4.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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