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되새기는 말
아름답게 살아가자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아름답자고 생각한다. 문득 돌아본다. 나는 아직 아름답지 못하고, 내 삶은 이제껏 아름답지 않기 때문에, 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가. 언제나 아름다움이 빛나거나 어느 곳에서라도 곱게 환한 웃음 짓는 내 삶이라 한다면, 따로 아름다움을 생각해야 할까.
빗소리 듣는다. 서울로 나들이를 온 이듬날 아침나절, 자동차 빵빵 소리에 감기는 빗소리를 듣는다. 호젓하게 듣는 빗소리는 서울에 없을까. 서울에서도 빗소리 예쁘게 들을 만한 데 있으니, 얼마든지 그곳을 찾아갈 수 있을까. 빗소리 어여쁜 곳을 찾아나서지 않으니 서울에서 빗소리 곱게 못 듣는가, 아니면 서울에서는 빗소리를 곱게 들을 수 없는가.
서울 한복판에도 참새가 깃들고, 서울 둘레에도 온갖 새들 틈틈이 찾아든다. 서울 한복판에도 들풀이 자라나 들꽃이 피고, 서울 언저리에도 갖은 나무들 씩씩하게 자란다. 서울은 도시라 하지만, 서울에서도 조그맣게 숲이 이루어질 만하지 않겠는가. 천만 넘게 살아가는 이 커다란 곳에서 사람들 스스로 사랑을 속삭이지 않는다면 어찌 평화와 민주와 통일을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란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을 그리는 이야기가 되리라 느낀다.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란 어제와 오늘을 이루는 내 모습이 되리라 느낀다.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란 찬찬히 빚는 내 삶그림이 되리라 느낀다.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 없다면 오늘 내 모습이 없고, 스스로 되새기는 말이 있기에 어제 내 모습을 그릴 수 있으며, 스스로 되새기는 말 한 마디로 새 하루 맞아들이리라 느낀다.
글 한 줄은 지나온 발자국을 적지 못한다. 글 한 줄은 새롭게 빚고픈 삶을 적는다. 글 한 줄은 스스로 되새기는 꿈을 밝힌다. 4346.4.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