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치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1
팻 허친즈 지음, 박현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60

 


작은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 티치
 팻 허친즈 글·그림, 박현철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1997.10.15./7500원

 


  아이들 누구나 따순 사랑을 받을 때에 까르르 웃으며 즐겁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싶어 태어난 목숨입니다. 아이들은 사랑을 나누려고 이 땅으로 찾아온 숨결입니다.


  어른들 누구나 따순 사랑을 마주할 적에 활짝 웃으며 기쁩니다. 어른들은 다른 별 사람이 아닙니다. 아기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 어린이가 되며 차근차근 삶을 누리기에 비로소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라서 사랑 없이도 즐겁지 않아요. 어른이기에 사랑 못 받아도 삶을 일구지 않아요. 어른도 아이와 똑같이 사랑을 받으며 웃고, 사랑을 나누려고 이 땅에서 힘껏 살아갑니다.


.. 티치는 아주 작은 아이였어요 ..  (5쪽)


  사랑이란, 참 자그맣습니다. 사랑스러운 말 한 마디는 자그맣습니다. 커다란 사랑이나 함박만 한 사랑은 없습니다. 밥 한 그릇이 사랑이 되고, 옷 한 벌로 사랑이 자라요. 큼지막하거나 대단하다 싶은 사랑은 없습니다. 빙긋 짓는 웃음이 사랑이고, 곱게 부르는 노래 한 가락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아이와 어른 모두 살찌우는 따사로운 손길이지만, 늘 조그맣게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지나가는 구름이 사랑입니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사랑입니다. 졸졸 흐르는 도랑물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사람과 풀과 나무와 벌레와 짐승 모두를 포근히 어루만지는 꿈길입니다. 언제나 자그맣게 스며듭니다.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이 천 해 이천 해 삼천 해를 살아가는 우람한 나무 됩니다. 자그마한 씨앗 한 톨이 해마다 다시 뿌리를 내려 푸른 빛으로 자라는 풀꽃 한 송이 됩니다. 자그마한 씨앗 한 톨로 사람이 태어나고, 제비가 태어나며, 다람쥐가 태어나지요.


  어미 짐승이 새끼 짐승을 알뜰히 사랑하며 보살핍니다. 어버이가 어린이를 살뜰히 사랑하며 돌봅니다. 어미 짐승은 새끼 짐승을 알뜰히 보살피며 베푸는 사랑인데, 이 사랑은 새끼 짐승만 보살피지 않습니다. 새끼 짐승 보살피는 알뜰한 사랑은 고스란히 어미 짐승 스스로를 보살핍니다. 어버이가 어린이를 살뜰히 돌보며 이루는 사랑은 어린이만 돌보지 않습니다. 어린이 보살피는 살뜰한 사랑은 시나브로 어버이 스스로를 돌봅니다.

 

 

 


.. 티치는 아주 작은 씨앗을 가져왔어요 ..  (27쪽)


  팻 허친즈 님이 빚은 그림책 《티치》(시공주니어,1997)를 봅니다. 작은 아이 ‘티치’는 작으니까, 작은 씨앗을 손에 쥐어 작은 손으로 작은 꽃그릇에 심습니다. 작은 씨앗은 작은 아이한테서 작은 사랑을 받아 작은 뿌리를 내리고 작은 줄기를 올리며 작은 잎을 틔워요. 그러더니, 이내 줄기가 굵어지고 잎이 넓어지며 죽죽 솟습니다. 씨앗 한 톨에서 비롯한 풀 한 포기는 하늘을 바라보며 무럭무럭 큽니다.


.. 그런데 그 작은 씨앗에서 싹이 트더니 ..  (28쪽)


  씨앗 한 톨 심자면 손가락 하나로 흙에 살그마니 구멍을 내면 됩니다. 호미나 삽 안 써도 돼요. 젓가락 하나 있어도 되고, 아주 조그마한 숟가락 하나로도 넉넉합니다.


  굵은 무 한 뿌리가 얼마나 작은 씨앗에서 태어나는지 아시나요. 묵직한 배추 한 포기가 얼마나 작은 씨앗에서 태어나는지 아시나요. 몇 천 해 살아가는 우람한 느티나무에 피어나는 느티꽃은 얼마나 작으며, 느티꽃이 맺어서 떨구는 느티씨는 또 얼마나 작은지 아시나요.


  작은 아이들 작은 사랑이 모여 지구별이 따사롭습니다. 작은 사람들 작은 손길이 모여 온누리가 포근합니다. 돈이 많아야 이웃을 돕지 않아요. 사랑 한 조각 마음밭에서 꺼내면 이웃을 도울 수 있어요. 힘이 세야 어깨동무를 하지 않아요. 사랑 한 뙈기 마음자리에서 내놓으면 서로 어깨동무할 수 있어요.


  예부터 시골마을에서 두레와 품앗이 하던 이들은 힘이 세거나 돈이 많거나 무언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모두 자그마한 시골마을에서 자그마한 사람들이 서로 웃고 노래하며 어깨를 겯던 두레요 품앗이예요. 힘센 한두 사람이 궂거나 힘든 일 도맡지 않아요. 힘여린 여러 사람이 조금씩 품을 모으고 차근차근 슬기를 엮어 온갖 일 씩씩하게 해내요.


  누구나 작은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머리카락 쓸어넘기는 작은 사랑으로 기운을 냅니다. 손을 맞잡는 작은 사랑으로 새힘 북돋웁니다. 조곤조곤 속삭이는 말 한 마디로 새 하루 맞이합니다. 4346.4.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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