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안개 빨래

 


  옆지기가 시골집 비운 동안 봄비 한두 차례 왔지만, 거의 언제나 봄볕 따사로운 날씨였다. 마침 옆지기가 시골집 돌아온 날은 아침부터 안개가 짙게 드리우며 저녁에는 구름이 짙게 낀다. 스무 날 남짓 먼 마실을 했으니, 빨래할 옷가지 잔뜩 나온다. 아이들이 개구지게 놀며 방바닥 깔개를 많이 더럽혔기에 오늘쯤 깔개를 빨려 했는데, 옆지기 옷이랑 겹쳐 빨래거리 되게 많다. 그렇다고 하루 미룰 수 없는 노릇이라 생각하며, 이날 하루 모처럼 빨래기계를 쓴다. 그러나, 빨래기계에 빨래감 다 넣지 못하니, 손빨래도 꽤 많이 한다. 손으로 빤 옷가지는 먼저 바깥에 내다 널고, 빨래기계가 해 주는 빨래는 아이들 밥을 먹이고 나서 밖에다 나란히 넌다.


  그런데, 봄안개 사이사이 가느다란 실비 조금 섞인다. 이러면 안 되잖니. 이불 못지않게 두꺼운 깔개를 빨았는데, 하늘이 도와주어야지. 손으로 빨래한 아이들 옷가지는 방 곳곳에 넌다. 두껍고 큰 옆지기 옷은 처마 밑으로 옮긴다. 깔개는 씻는방 한쪽에 그냥 둔다. 실비 아주 멎고 햇살 희뿌윰하게 구름 사이로 스밀 즈음 비로소 처마 밑 옷가지를 마당으로 내놓고, 깔개도 큰 널대에 펼쳐 널어 마당으로 내놓는다.


  빨래기계한테 맡긴 깔개는 그닥 깨끗하게 안 빨린다. 참말, 내가 손으로 구석구석 복복 비비고 문지른 다음, 고무대야에 담고서 발로 꾹꾹 밟으며 빨아야 찌든때 말끔히 빠진다. 어느 빨래인들 손빨래만 하랴. 제아무리 기계가 빨래를 잘 거든다 하더라도, 손으로 구석구석 찌든때 묵은때 살피며 빨 때만큼 되겠는가.


  따사롭게 내리쬐는 봄볕을 누리지 못한 하루라서 옆지기 옷가지 모두 보송보송 말리지 못하고 만다. 이듬날 볕이 들면 다시 밖에 내놓아 말릴 생각이다. 온 집안에 옷걸이 빨래 넘친다. 그래도, 봄안개 피어나는 날 수북수북 빨래를 하다가 시를 한 꼭지 썼다. 4346.4.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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