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보낸 첫 생일

 


  큰아이가 어제 문득 ‘케익 먹고 싶은데.’ 하고 말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너희 둘 데리고 읍내 다녀오면서 케익 사기는 쪼깐 힘들거든? 틀림없이 너희들 아버지한테 안기고 어쩌고 할 텐데, 아버지가 가방 짊어지고 손에 짐꾸러미 든 채 케익까지 곱게 들면서 군내버스 타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니. 그나저나, 어제가 어머니 생일이었는데, 큰아이야 설마 어머니 생일인 줄 몸으로 느껴 그런 말 했니. 아니면 그냥 문득 나온 말이니. 네 어머니 미국으로 람타 공부를 하러 간 지 열여드레 된다. 이제 이틀 있으면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네 어머니는 한국을 처음으로 떠나 보았고, 한국을 처음으로 떠난 이번 마실길에 네 어머니 생일을 바깥에서 처음 맞이하는 셈이로구나. 즐겁게 잘 지내면서 기쁜 하루 누리겠지. 우리도 우리 집에서 좋은 하루 빛내면서 어머니 기다리자. 4346.4.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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