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꽃 푸른 물결

 


  느티나무에 피어나는 느티꽃을 바라본다. 새봄 맞이할 적에 다른 어느 꽃보다 느티꽃을 기다린다. 2월 첫머리부터 흐드러지는 봄까지꽃이랑 별꽃도 좋고, 3월부터 쏟아지는 매화꽃이랑 살구꽃도 좋다만, 4월로 접어들어 꽃샘바람 지나면서 환하게 푸른 물결 일렁이는 느티꽃은 참 아리땁다.


  사월은 가장 싱그럽고 보드라운 푸른 물결이 된다. 느티나무에서 꽃 피어나는 사월에는 느티잎 톡 따서 살며시 혀에 얹고 살살 씹으면, 푸른 내음 온몸으로 번진다. 사월맛이란 느티잎 맛이랄까. 사월빛이란 느티꽃 빛이랄까. 사월에 느티나무 풀빛이 아주 보드라운 풀빛인 까닭은 느티꽃이 피기 때문이다. 마치 개구리밥 빛깔하고 닮고, 꼭 풀개구리빛 마냥 옅은 풀빛인 느티잎 빛깔은 꼭 사월에만 만날 수 있는 놀랍고 새로운 빛물결이다.


  팔백 해 남짓 살아오는 고흥읍 느티나무는 그야말로 풀춤 춘다. 푸르게 물결치는 춤을 춘다. 쏴아아 소리를 내며 꽃물결 일렁인다. 수십만 잎사귀마다 수백만 느티꽃 넘실거린다. 느티나무는 사람한테 따로 열매 베풀지 않고, 느티꽃은 사람들 눈에 거의 안 뜨일는지 모르나, 사월부터 가을까지 느티나무는 푸른 숨결 고루 나누어 준다. 사람들은 바로 이 곱고 푸른 숨결을 먹으면서 새 넋을 길어올린다. 4346.4.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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