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미끄럼틀 오르기

 


  여섯 살 사름벼리는 인천에서 태어나 자랄 적에 워낙 계단 많은 데에서 크느라, 늘 계단놀이를 했고, 제 키보다 높은 계단도 썩썩 잘 오르내릴 줄 안다. 멧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라는 산들보라는 계단 오르내릴 일 거의 없다. 미끄럼틀 디딤판조차 낯설다. 그렇다고 산들보라가 미끄럼틀 올라가도록 돕고 싶지 않다. 미끄럼틀에서 놀고 싶으면 스스로 다리힘 길러 올라가야지. 한참 엉기적거리며 겨우 꼭대기로 오른다. 꼭대기에 오르고 처음에는 멍하니 먼 멧자락 바라보더니, 높은 데에서 휘 둘러보는 재미에 빠진 듯하다. 누나는 미끄럼틀 오르내리며 노느라 바쁘고, 산들보라는 먼산바라기 하느라 바쁘다. 4346.4.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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