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드는 책읽기

 


  마실을 나가는 길에 아이들이 짐을 들어 준다. 페트병을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 마을회관 앞에 내놓으면 군청 쓰레기차가 와서 거두어 간다. 비닐봉지에 꽉 찰 때까지 모아서 내놓곤 하는데, 오늘은 두 꾸러미 나오기에 두 꾸러미 묶어서 들고 가려 했더니, 큰아이가 “저 주세요. 제가 들고 갈게요.” 하면서 “자, 보라야, 너도 이거 하나 들어.” 하고 덧붙인다. 빈 페트병이니 가벼우니까 아이들이 들고 갈 만하지. 아버지가 먼저 심부름 시키지 않았어도 이렇게 짐을 나누어 들어 주니 두 손이 홀가분하다. 어디 마실을 갈 적마다 아이들 옷가지와 물과 여러 가지 챙기느라 가방 여럿 지고 들고 하는데, 요렇게 앙증맞은 짓 해 주면 참 고맙다. 아이들은 스스로 씩씩하게 삶을 배우면서 자라는구나. 4346.4.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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