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내음을 맡아

 


  “아, 노란 꽃이 이렇게 크게 자랐네. 아, 냄새 좋다. 여기에도 있네. 아, 냄새 좋다. 여기에도 있구나. 아, 냄새 좋다. 그런데 아버지 노란 꽃이 무슨 꽃이에요?” “유채꽃.” “윳챗꽃? 윳챗꽃들아 냄새 좋구나. 여기에도 작은 윳챗꽃이 있네. 여기에도 작은 윳챗꽃 있네. 여기에도 있구나.” 유채꽃 아닌 윳챗꽃이라 말하면서 논도랑마다 자라는 크고작은 유채꽃을 찾아가서 앞에 달라붙어 꽃내음 맡는 큰아이. 너, 왜 갑자기 그러니,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아하, 그러네, 나비 흉내를 내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그래, 나비가 꽃마다 다 내려앉으면서 꽃가루랑 꽃꿀을 조금씩 나누어 먹지? 나비가 되고 싶은 네 마음이 논꽃마다 하나씩 찾아들어 냄새를 맡으며 좋은 기운 나누어 받고, 다시 네 좋은 기운 나누어 주는 웃음으로 태어나는구나.


  꽃내음을 맡아. 고운 꽃내음을 맡아. 꽃송이마다 조금씩 다른 꽃내음을 맡아. 작게 핀 꽃과 크게 핀 꽃마다 또 사뭇 다른 꽃내음을 맡아.


  사람들이 제아무리 유채꽃 사진 이쁘장하게 찍어도, 유채내음 맡으면서 사진을 찍지는 않더라. 사람들이 유채꽃 그림으로 그리더라도 유채잎 뜯어서 유채맛 한껏 느끼면서 그림을 그리지는 않더라. 너는 책에 없는 이야기를 삶에서 읽어라. 너는 책에 안 담기는 이야기를 오늘 한껏 누려라. 너는 네 삶책을 쓰고, 너는 네 삶책을 읽어라. 4346.4.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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