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서 작은아이

 


  큰아이는 숲속에서 태어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작은아이도 숲속에서 태어나지는 못했는데, 큰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살아간 곳은 도시요, 도시에서도 전철길 바로 옆에 붙은 골목집 옥탑이었다. 작은아이는 숲속에서 갓난쟁이 적과 어린 나날을 누릴 수 있었지만, 아무튼 병원에서 태어났고, 병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은 뒤부터 늘 멧골과 시골에서 지낸다. 큰아이는 세 살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멧골과 시골에서 지낸다.


  두 아이 자는 버릇을 살피면, 큰아이는 더 개구지게 몸을 움직이며 놀고 싶기에 낮잠을 건너뛰기는 하더라도, 바다와 숲속에서 좀처럼 낮잠에 빠져들지 않는다. 작은아이는 조금이라도 졸린 기운 있으면, 바다와 숲속에서 아주 잘 잔다. 밤에 잠들 적에 두 아이 모두 바람소리 빗소리 물소리 개구리소리 풀벌레소리 새소리처럼 들과 숲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가만히 받아들이며 좋은 기운 나누어 받으며 잘 잔다고 느낀다.


  어른도 똑같겠지. 그러나 모르리라. 오늘날 어른들은 도시살이에 아주 길든 나머지, 외려 시끄러운 도시에서 잘 잠들는지 모르리라. 조용하고 호젓한 시골에서야말로 더 잠들지 못하고 더 못 쉴는지 모르리라.


  고흥 나로섬 편백나무숲을 큰아이는 걸리고 작은아이는 품에 안아 재우면서 걷는다. 숲길 거닐면 바람맛 다르다. 푸른빛으로 그늘 감도는 숲길은 빛깔과 소리 또한 다르다. 숲길 거닐 적에 왜 사람이 숲사람인가 하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숲바람 마시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결은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하고 찬찬히 느낀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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