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유채꽃 책읽기

 


  ‘경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논에 뿌린 유채씨는 이제부터 노란 꽃망울 맺지만, 들판에 씨앗 날려 뿌리내리고 자라는 유채는 진작부터 잎 내고 꽃대 올려 노란 꽃망울 터뜨렸다. 우리 집 앞 논둑에서 스스로 자라는 유채를 늘 즐겁게 바라보고, 틈틈이 잎 뜯어먹으며 고맙다 여겼는데, 엊그제 드센 바람 불더니 그만 꽃대 하나 남기고 모두 쓰러졌다. 저런. 너희들 꽃대 너무 높이 올렸구나. 씨앗 얼마나 멀리 퍼뜨릴 생각으로 꽃대를 그리 높이 올리다가 그예 쓰러지니. 우리 집 안쪽에서 자라는 갓풀 한 포기도 꽃대를 너무 높이 올린 나머지 이번 된바람에 뿌리가 뽑혔던데. 안쓰럽구나. 그러나 어쩌겠느냐. 너희가 쓰러진 채로도 부디 노란 꽃망울 잃지 말고 꿋꿋하게 씨앗 맺어 이 자리에 다시 씨를 내려놓고 이듬해에 새삼스레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큰아이하고 둘이서 길바닥에서 풀섶으로 옮긴다. 길바닥 한복판에 쓰러진 유채꽃 경운기나 자동차 그냥 밟고 지나갈까 걱정스럽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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