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주머니 내 친구는 그림책
오카 노부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박은덕 옮김 / 한림출판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58

 


사월은 두근두근 설레는 봄
― 신기한 주머니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오카 노부코 글,박은덕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2001.5.30./8000원

 


  일본사람 쓰치다 요시하루 님 포근한 그림에 오카 노부코 님 단출한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신기한 주머니》(한림출판사,2001)를 아이와 함께 읽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다고 했지만, 이 그림책에는 말이 몇 마디 안 나옵니다. 굳이 말로 읽어야 하는 그림책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그림책이라 할 테지만, 눈으로 보는 그림책이라는 이름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가슴으로 느끼는 그림책입니다.


  한껏 무르익은 가을 어느 날, 그림책 이야기 실마리를 엽니다. 곰은 길에서 주머니 하나를 줍고, 주머니가 무얼까 궁금해서 오랜 동무인 다람쥐한테 갖고 갑니다. 그런데, 주머니에 구멍이 난 나머지, 다람쥐한테 가다가 주머니에 든 것이 몽땅 새어나왔어요. 곰과 다람쥐는 왜 주머니에 아무것도 없는지 아리송해 하다가는 무엇이 들었는지조차 모르며 겨울을 납니다. 이윽고 봄이 찾아옵니다. 곰과 다람쥐는 저마다 겨울잠을 깹니다. 겨울잠을 깨고 둘이 지난겨울 잘 지냈느냐 이야기꽃 피우려고 찾아갑니다. 다람쥐네 집과 곰네 집 사이 오솔길에 봄꽃 가득 피었어요. 다람쥐도 곰도 봄꽃 보며 깜짝 놀랍니다.


.. 기다란 예쁜 꽃길이 이루어졌습니다 ..

 


  그러니까, 곰이 주운 주머니는 꽃씨 담은 주머니였지요. 꽃씨 담은 주머니에 난 작은 구멍으로 씨앗이 솔솔 오솔길에 떨어졌지요. 이 씨앗은 흙 품에 안겨 겨울 따스하게 납니다. 하얗게 눈으로 덮인 겨울 이긴 꽃씨는 따사로운 바람이 불며 눈이 녹자, 눈석임물 마시며 기운을 내어 천천히 새싹 틔우고 줄기 올려 꽃망울 달아요. 곰과 다람쥐는 둘이 오가는 오솔길에 꽃 가득 피어나 꽃길 된 모습 보며 활짝 웃습니다. 활짝 핀 봄꽃이 활짝 짓는 웃음꽃으로 됩니다.


  여섯 살 큰아이가 이 그림책 읽어 달라면서 아버지 앞에서 펼칠 때에, 아버지는 빙그레 웃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읽어 줄 글이 거의 없는걸. 아직 글 읽을 줄 모르는 큰아이는 글 나오는 대목을 찾아서 손가락으로 짚습니다. 그래, 네가 글 읽어 달라니 글만 읽어 주겠지만, 이 그림책은 다르게 읽어야 맛이 난단다. 글은 잊고 그림 곰곰이 들여다보아야 맛있는 그림책이란다. 오늘은 네 바람대로 글만 읽어 주겠지만, 다음에는 글은 젖히고 그림으로 읽자.


  삼월 지나 사월 맞이한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 봄은 새삼스러운 빛 가득합니다. 이월 끝무렵부터 피어난 봄꽃은 삼월로 접어들며 새빛 되고, 사월에 이르자 또 다른 새빛 됩니다. 사월 한껏 누리다가 오월 되면 다시금 새삼스러운 새빛 될 테지요. 요즈막 한창 피어나는 하얀 딸기꽃을 보면서, 또 앵두꽃을 보면서, 바야흐로 찾아올 오월에는 들딸기며 앵두알이며 얼마나 기쁘게 누릴 수 있을까 싶어 설렙니다.


  감나무에서 감잎 막 돋으려 하니까, 보드라운 감잎도 따서 먹고, 감꽃 피면 감꽃도 먹고, 몽땅 진 매화나무 매화꽃에 푸르게 달리는 열매가 노랗게 익으면 노란 매실 따서 먹을 수 있어요. 매실은 푸른매실 담가서 마셔도 좋고, 노랗게 익을 때까지 그대로 두어 열매로 따서 먹어도 좋아요. 멧벚나무 찾아 버찌 따먹으러 다니기도 해야겠어요. 노란매실 먹을 무렵에는 뽕나무 열매 오디도 익어 검붉은 열매 즐기느라 아이들 손과 입도 검붉게 물들겠지요.


  봄은 더없이 아름답고, 봄꽃 그림책은 더할 나위 없이 곱습니다. 봄은 가없이 따사롭고, 봄꽃 그림책은 그지없이 즐겁습니다. 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아도 한껏 누리는 봄이요, 섬돌에 놓은 신을 꿰고 들마실 다녀도 한가득 맞아들이는 봄입니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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