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개고 나면

 


  빨래를 개고 나면 참 가지런하다. 빨래를 개기 앞서까지, 다 마른 옷가지 한쪽에 쌓아 두니 퍽 어지럽다. 이 일 건사하다가 저 살림 만지다가 하고 보면, 빨래를 날마다 하더라도 빨래개기는 하루 미루고 이틀 미루곤 한다. 빨래개기를 사흘이나 나흘쯤 미루고 보면, 다 말라 쌓은 빨래가 큰 덩이 이룬다.


  문득 깨닫는다. 빨아서 다 말린 옷가지 안 개고 너덧새 있어도 큰아이나 작은아이 입을 옷이 모자라지는 않네. 날마다 빨래 바삐 하자며 부산을 떨지 않아도 되겠네. 빨래를 할 때에는 하되, 이 집에서 아이들과 무엇을 먼저 하고, 어떤 일 즐겁게 누려야 할 만한가 곰곰이 돌아보아야겠구나.


  큰아이를 부른다. 얘야, 우리 빨래 함께 갤래? 큰아이는 못 들은 척 제 놀이에 빠지기도 하지만, 으레 아버지 일손 거든다. 때로는 큰아이 안 부르고 큰아이 바로 옆에서 말없이 빨래를 갠다. 마지막 빨래까지 다 개는 동안 아버지를 안 쳐다보기도 한다. 아마, 아버지가 옆에서 빨래 개는 줄 모르기도 했을 테지.


  하나하나 반듯하게 펴서 정갈하게 갠 다음, 옷가지 갈래에 따라 착착 쌓고는, 옷시렁에 한 꾸러미씩 옮긴다. 등허리를 편다. 살짝 누워서 한숨 돌린다. 4346.4.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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