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식구 사는 집

 


  우체국 일꾼이나 택배 일꾼, 또 마을 어르신 들이 우리 집에 들를 때면 으레 묻는다. “아니 이 집에 애가 몇이오?” 큰아이가 저지르는 짓 하나 때문에 모두들 무척 궁금해 한다. 큰아이가 뭔 짓을 저지르는가 하면, 이 신 꿰고 저 신 꿰겠다면서, 작아서 못 신는다든지, 안 신으니 치운 신까지 하나하나 다시 찾아서 섬돌 언저리에 잔뜩 늘어놓는다. 작은아이도 누나 따라서 신놀이 곧잘 즐긴다. 이 신 꿰다가 저 신 꿰고.


  한 시간만 다른 일 하느라 못 쳐다보면, 섬돌은 그야말로 어수선하고 어지럽다. 가지런히 놓아도 십 분 채 안 지나 다시 어수선하고 어지럽게 바뀐다. 여러 날, 또는 이레나 보름쯤 그대로 두다가, 안 되겠다 싶어 착착착 가지런히 놓는다. 어차피 또 어지른다 하더라도, 그때그때 다시 가지런히 놓자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고 보면, 아이들도 뭔가 느끼지 않을까. 안 느끼려나.


  그런데, 신을 가지런히 놓고 보니, 그야말로 우리 집에는 큰식구 사는구나 싶다. 우리 집에는 ‘아’가 얼마나 될까? 4346.4.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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