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꽃
꽃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해란 무엇일까 하고 헤아려 본다. 여섯 살 큰아이가 해 그림을 보더니 문득, “하늘에 꽃이다.” 하고 말한다. 하늘에 꽃이라, 그래, 아침놀 물들이며 오르는 해는 아침꽃이고, 저녁놀 퍼뜨리며 지는 해는 저녁꽃이로구나. 그러면, 우리가 마당과 밭자락과 마을에서 늘 마주하는 꽃들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땅햇살이나 흙볕이라 할 수 있구나. 하늘에는 꽃이 있고, 땅에는 해가 있구나.
아이들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른들 가슴속에는 무엇이 있으려나. 아이들 마음밭 밝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어른들 사랑밭 일구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문학은 언제 어디에서 누가 빚어서, 어느 곳에서 무얼 하며 살아가는 누가 즐기는가. 글은 언제 어디에서 누가 쓰면서, 어느 곳에서 무얼 하며 살아가는 누가 읽는가.
아이들과 살아가며 글을 쓴다. 아이들 밥을 차려 주면서 글을 쓴다. 세 살 작은아이는 어금니 아직 옹글지 않아, 어머니나 아버지가 밥을 잘근잘근 씹어서 건넨다. 작은아이는 처음에는 스스로 씹어서 먹는다 하더니 으레 꿀꺽 삼키기만 하고, 꿀꺽 삼키기만 하기에 몽땅 똥으로 나오니, 작은아이도 이제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씹어서 줄 때에 더 즐겁게 받아서 먹는다. 몸으로 겪으니 알 테지.
마음은 마음밭이 되기에 마음은 마음꽃이 되기도 하리라. 마음은 마음바다처럼 넓게 일렁이기도 하기에 마음은 햇살처럼 마음햇살 되기도 하리라.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꽃을 깨달아 글을 한 타래 쓴다. 어버이가 들려주는 말꽃을 좋아하며 아이들이 말문을 튼다. 아이가 노래하는 이야기빛을 맞아들여 글을 한 꾸러미 쓴다. 어버이가 들려주는 말빛을 사랑하며 아이들이 삶을 사랑한다. 4346.4.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