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뜨기꽃 책읽기

 


  쇠뜨기꽃은 어떤 맛일까. 쇠뜨기맛이겠지. 쇠뜨기는 누가 먹을까. 소가 먹고 사람이 먹으며, 풀 뜯는 모든 짐승들이 먹겠지. 쇠뜨기꽃 따서 먹으면 어떻게 좋을까. 쇠뜨기꽃은 쇠뜨기꽃대로 사람 몸을 살찌우며 따스하게 보듬겠지. 찔레는 찔레대로, 감은 감대로, 매화는 매화대로, 모과는 모과대로, 뽕잎은 뽕잎대로, 저마다 다른 숨결은 저마다 다른 빛이 되어 사람 몸으로 시나브로 스미겠지.


  가늘게 쏙쏙 솟는 쇠뜨기를 바라본다. 천천히 꽃망울 터뜨린다. 봄날 다른 봄꽃처럼 하얗거나 파랗거나 노랗거나 발그스름한 빛깔은 없다. 참말, 쇠뜨기는 쇠뜨기빛으로 꽃을 피운다. 그러고 보면 머위도 머위대로 꽃을 피운다. 스쳐 지나가는 눈길로 보자면, 여느 도시사람 눈썰미로는 머위꽃이나 쇠뜨기꽃은 꽃답지 않게 여길 수 있으리라. 그러나 쇠뜨기꽃은 쇠뜨기꽃이요, 머위꽃은 머위꽃이다. 흙빛 닮은 쇠뜨기꽃은 일찌감치 새잎 틔우는 들꽃들 사이에서 아른아른 노란 빛송이 올리면서 아기자기한 꽃춤을 춘다. 4346.4.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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