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텃밭 흙 파기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집에 예전 살던 분들이 쓰레기 태우느라 거의 버려진 옆밭을 지난 한 해 그냥 내버려 두었다. 흙이 되살아나려면 앞으로 여러 해 더 묵혀야 한다고 느끼는데, 올해에는 한 번 크게 갈아엎고는 또 그대로 내버려 둔다. 틈틈이 삽과 괭이로 흙을 뒤집어 준다. 유채이며 갓이며 쑥이며 여러 풀씨 깃들어 자란다. 곧 모시풀도 싹을 틔우며 자라겠지. 밑흙이 햇볕 먹으며 조금씩 살아나도록, 또 속흙에 지렁이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이들 똥오줌을 날마다 조금씩 뿌리고 며칠에 한 차례쯤 흙을 뒤집는다. 아버지 무얼 하는가 지켜보던 아이들, 저마다 한손에 꽃삽 하나 쥐고는 옆밭으로 따라와서 흙을 판다. 재미있지? 여기에서는 너희 마음대로 흙 파며 놀아도 돼. 다만, 지렁이 나오면 지렁이 안 다치게 잘 돌봐 주렴. 4346.4.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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