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3.3.29. 큰아이―같이 그려요

 


  큰아이가 그림을 그리다가 재미를 못 낸다. 곁에서 지켜보다가 큰 아이 그림 귀퉁이에 새싹을 하나 둘 셋 그린다. 그러고 나서 다른 귀퉁이에 별을 하나 둘 셋 넷 그린다. 큰아이가 “새 그려 주세요, 새.” 하고 말한다. 새를 한 마리 그린다. “오잉? 작은 새 말고, 큰 새, 큰 새 그려 주세요.” 말없이 새를 조금 크게 한 마리 그린다. “응? 여기는 아기새고 여기는 엄마새네.” 이윽고 나무도 하나 그려 달라 하기에, 나무는 네가 스스로 그려, 아버지는 다른 것 그릴래, 하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그리다 만 나비에 빛깔을 입히고 테두리를 짙게 그린다. 아무튼, 아이가 나무 그려 달라 했으니 또 다른 귀퉁이에다가 우리 집 뒤꼍 아주 작은 매화나무 하나 그려 본다. 어린나무 하나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기를 바라면서 꽃망울도 둘 그린다. 그런 다음, 나무 밑에 ‘작은나무 기운내렴’ 여덟 글자 쓴다. 자, 이제 그림판에 빛깔 입혀 볼까? 아이들 갖고 놀다 부러뜨린 색연필 몽당이를 그러모아 하나하나 빛을 입힌다. 이 아이들 아직 너무 어리니 색연필이고 크레파스이고 자꾸 분지른다. 그렇지만 머잖아 읍내에 가서 새 색연필 하나 장만해야겠다. 작은아이는 살며시 재운 뒤 큰아이하고 나란히 엎드려 그림을 그리며 생각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길을 잘 북돋아야겠구나 싶고, 아이들이 활짝 웃고 놀 수 있는 삶을 슬기롭게 살펴야겠구나 싶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자니, 이 모습 사진 찍을 틈이 없다. 그래, 사진은 그림 다 그려서 벽에 붙이고 나서 찍어도 되지. 오늘은 그림놀이에 마음을 쏟자. 실컷 그리고 나서 큰아이도 새근새근 재우자. 4346.3.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