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3.24.
 : 배추꽃 구경하는 자전거

 


- 작은아이가 누나 자전거에 올라타려고 용을 쓴다. 아직 세발자전거 발판 구를 줄 모르는 녀석이 누나처럼 두발자전거에 올라타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넌 아직 키가 작아서 못 올라가잖니. 아버지가 번쩍 들어 안장에 앉혀도 그냥 앉기만 할 뿐이잖니.

 

- 바람이 퍽 불지만, 두 아이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해 볼까 생각한다. 논둑에서 흐드러지게 자라는 자운영 뜯고 유채잎 뜯으면서 나물 반찬 삼아야지 생각한다. 큰아이 앉는 샛자전거 붙고 수레 붙인 자전거를 마당으로 내린다. 어른 하나 아이 둘, 이렇게 세 식구 다니는 자전거는 퍽 길다. 멀리서 보아도 쉬 눈에 뜨인다.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자전거인 만큼 눈에 잘 띄어야 좋다. 그래야 자동차들이 싱싱 달리다가도 자전거 보일 즈음 빠르기를 늦추며 천천히 달릴 테니까.

 

- 사진책도서관에 들른다. 새로 장만한 책을 책꽂이에 꽂으려 했으나, 아이들은 도서관에 안 들어오고 기다리겠단다. 그래서 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상에 올려놓기만 한다. 큰아이가 수레를 붙잡으며 기다린다. 참 예쁘지. 동생 앉은 수레 뒤에서 붙잡아 주는구나. 바람이 좀 세긴 세지.

 

- 논자락 옆으로 끼는 길을 달린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작은아이는 아직 노래를 부르면서 자전거를 달리지 못한다. 말이 더디니까. 그래도, 자전거로 싱 하고 좀 빠르게 달리거나 울퉁불퉁한 논둑길을 달릴라치면, 두 아이 모두, 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른다. 좋아서 웃는다.

 

- 서호덕마을 끝자락 얕은 멧골 따라 진달래 피어난 빛깔을 본다. 멀리에서 보아도 곱고, 가까이에서 보아도 곱다. 바야흐로 멧골마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아리따운 봄빛을 베풀겠구나. 멧벚꽃까지 피면 더없이 예쁘겠지.

 

- 동호덕마을 지날 무렵, 배추밭에 가득한 배추마다 장다리꽃 피우는 모습 본다. 자전거를 세운다. 배추밭으로 들어가서 가만히 바라본다. 큰아이도 아버지 따라 배추꽃을 보겠거니 했으나, 아버지를 따라오지 않고 자전거를 붙잡는다. “바람 불어 자전거 넘어지잖아요!” 괜찮아. 자전거 눕혀 놓고 꽃구경 하면 되지. 그래도, 큰아이는 자전거를 붙잡아야겠단다. 그나저나 바람이 퍽 세게 불기에 꽃구경은 살짝 하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배추꽃이 하루이틀 피었다 지지 않으니, 바람 잔잔한 날 맞추어 다시 배추꽃 보러 오자.

 

- 신기마을 어귀에 선 빗돌 곁에 유채꽃 터지고, 봄까지꽃 물결치며, 자운영꽃 발그레 고개 내민다. 자전거를 한 번 더 세워 꽃구경 하려 했더니,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아버지 바람 많이 불어요. 꽃 그만 보고 집에 가요!” 하고 외친다. 그래, 아버지가 잘못했다. 그냥 집으로 가자.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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