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과 나뭇잎
동백꽃잎 지고, 동백나뭇잎 떨어진다. 바람이 꽃잎과 나뭇잎 건드린다. 아직 붉은 꽃잎이 들풀 위로 떨어진다. 봄에 돋는 들풀은 잎사귀도 꽃송이도 아주 작다. 겨울을 난 동백나무 꽃잎과 나뭇잎은 들풀 잎사귀랑 꽃송이하고 견주면 아주아주 크다. 동백나무로서는 고작 동백꽃잎 하나이지만, 들풀로서는 햇볕을 몽땅 가리는 셈이요, 동백나뭇잎 하나 또한 들꽃이 햇살 먹으며 봉오리 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꼴이 된다.
그런데 사람은 붉은 꽃잎 하나 진 모습을 참 예쁘다고 바라보는걸. 이 꽃잎을 치우지 않는걸. 어쩜 이렇게 빨강과 푸름이 곱게 어울리느냐 싶어 넋 놓고 바라보는걸.
이러다 봄풀 뜯어 밥상을 차리려 할 즈음, 아차, 요 동백꽃잎과 동백나뭇잎 때문에 맛난 봄나물 제대로 못 자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스쳐 지나가는 눈길로 바라보면 고운 빛이지만, 우리 집 밥상을 헤아리자면 꽃잎이랑 나뭇잎을 주워 거름이 되도록 다른 데에 두어야 하는구나. 잎사귀 줍기 앞서 사진을 찍는다. 4346.3.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