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똥 책읽기
이레쯤 앞서부터 처마 밑 제비집 아래로 제비똥 여럿 보였다. 틀림없이 제비똥이기는 한데 제비 소리는 못 들었고, 다른 새가 이리로 와서 똥을 누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오늘, 2013년 3월 27일 아침에 제비 째째째 소리 울려퍼지기에 슬쩍 내다보니, 지난해 우리 집에서 태어난 새끼제비 세 마리가 옛 둥지에 들어와서 논다. 어, 너희였네. 너희가 돌아왔구나. 그런데 왜 세 마리이지? 한 마리는 어디 갔지? 너희 어미는 또 어디 갔지? 곧 모두 다 볼 수 있겠지?
그나저나, 지난해에 제비를 처음 본 날짜를 헤아리니, 4월 23일이었다. 올해에는 자그마치 한 달 가까이 일찍 제비를 만난다. 왜 이렇게 일찍 찾아왔을까. 왜 벌써 제비가 왔을까. 제비들 겨울나기를 하는 중국 강남에 무슨 일 있을까. 중국 강남 쪽 시골마을 마구 파헤치거나 무너뜨려, 이 제비들이 너무 이르구나 싶은 봄에 찾아왔을까. 아직은 저녁에 해 떨어지면 몹시 추울 텐데. 3월 끝무렵 전라남도 고흥 퍽 따스하다 하지만, 저녁에 해 떨어지고 새벽 지나 아침이 오기까지 꽤 쌀쌀할 텐데.
그동안 미루던 똥받이를 얼른 달아야겠다. 우리 집에서 태어난 제비들 저마다 좋은 짝 만나 우리 집 처마 밑으로 찾아들 적에 똥벼락 맞지 않자면, 부지런히 나무판 챙겨서 오늘은 똥받이부터 붙이자. 4346.3.2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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