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전업주부

 


  어린이책 《아빠는 전업주부》라는 어린이문학을 읽는다. 독일사람 키르스틴 보예 님이 쓴 책이 하나 있고, 이 책과 이름이 같고 한국사람 소중애 님이 쓴 책이 하나 있다. 한국사람이 쓴 책은 아직 모르겠는데, 한국사람 어린이문학은 판이 끊어졌기에 찾아 읽자면 좀 오래 걸리겠구나 싶다.


  독일 어린이문학을 읽으며, 첫머리부터 깊고 너른 이야기를 짚는구나 하고 느끼며 즐겁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면서 곁가지 다른 이야기로 빠진다. 곁가지 다른 이야기를 다루면서 ‘남자가 바깥 돈벌이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삶’을 소홀하게 다룬다. 밥을 하고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하고 아이들 돌보는 삶을 찬찬히 보여주지 못한다. 너무 얼렁뚱땅 넘어간다.


  한국 어린이문학은 어떻게 그릴까? 남자 어른이 ‘집안일은 참 어렵구나!’ 하고 깨달으며 뉘우치는 대목을 그리면서 쉬 마무리짓고 말까? 새삼스레 완다 가그 님 그림책 《집안일이 뭐가 힘들어!》가 떠오른다. 그림과 글로 아주 쉽고 단출하면서 또렷하게 ‘집안일 이야기와 삶’을 보여주는 책이다. 집안일을 하찮게 보는 남자 어른 코를 아주 납작하게 해 주되, 사랑스레 품어 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무렴, 그렇지. 여자 어른이 집안일을 오래도록 맡아서 했으니, 남자 어른이 바깥일도 할 수 있지, 남자 어른이 집안일을 맡아서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으리라. 남자 어른 가운데 집안일 알뜰히 잘 하는 이도 더러 있을 테지만, 여자 어른은 바깥일뿐 아니라 집안일까지 몽땅 도맡아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여자 어른이 집안일을 많이 맡아서 하니, 바깥일을 덜 맡아서 해도 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이 알쏭달쏭한 사회 얼거리가 이루어지는구나 싶기도 하다.


  생각해 보라. 남자 어른치고 집안일 이야기를 찬찬히 쓰거나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을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니, 이런 시인이나 소설가나 사진작가나 화가가 있는가? 남자 어른 가운데 아이 돌보는 삶을 찬찬히 쓰거나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을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두말할 것 없다. 남자 어른 스스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제대로 쓴 책이 여태 한 권도 없는걸! 밥과 옷과 집을 옳고 바르며 슬기롭게 그리며 건사할 줄 아는 남자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4346.3.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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