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물
서울에서 사진강의를 해야 하기에 서울 신촌에 있는 여관 하나 찾아서 묵는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고, 땀과 먼지로 지저분한 웃옷을 벗어서 빨래한다. 똥을 눈 다음 물을 내린다. 이를 닦고 낯을 씻는다. 문득 생각한다. 5층에 있는 여관인데 물꼭지 살짝만 올려도 물이 콰르르 쏟아진다. 이야, 서울에는 냇물도 안 보이는데, 물꼭지 틀어도 물이 흘러넘치네. 그러고 보면, 서울은 능금도 배도 감도 수박도 가장 값이 싼걸. 서울 어디에 밭이 있다고 능금을 따고 배를 따고 감을 따고 수박을 따랴 싶지만, 냇물도 밭도 논도 하나 없이 몽땅 밀어낸 아스팔트 땅뙈기에서 물을 실컷 쓸 수 있고, 무엇이든 값싸게 사다 먹을 수 있다. 서울물이란 이렇구나. 4346.3.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