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에서 시 쓰기
옆지기 여관을 만들려고 군청으로 마실을 간다. 고흥군에서 여느 날 사람 가장 북적이는 데는 군청과 하나로마트 두 군데인가 할 만큼 군청 민원실이 북적북적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어린 두 아이와 함께 군청으로 마실을 오니 골이 띵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집에서고 밖에서고 잘 뛰어노는구나. 아이들은 참 씩씩하며 야무지구나. 이러거나 저러거나 잘 노는 아이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안 마시던 커피를 군청 한쪽에서 뽑아 마시고는 생각을 가다듬는다. 내가 힘들다 생각하면 스스로 힘들고, 내가 즐겁다 생각하면 스스로 즐거울 테지, 자 어느 쪽 삶으로 갈래?
군청 민원실 곳곳에 있는 이면지 하나를 집는다. 하얀 쪽을 펼쳐 볼펜을 쥔다. 시를 하나 쓴다. 어제까지 못 보았으나 오늘부터 마을 곳곳에서 마주하는 제비꽃 이야기를 쓴다. 한 글자 두 글자 천천히 쓴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복닥이며 잘 논다. 시 한 꼭지 다 쓸 무렵, 옆지기는 드디어 접수를 마쳤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나도 이제 시 다 썼어. 됐어. 좋구나. 아이들아, 우리 어서 여기 떠나고 집으로 돌아가자. 조용하며 호젓한 시골마을 예쁜 집으로 가자꾸나. 4346.3.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