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그친 하늘 책읽기
비바람 몰아치며 마당에 있는 살림살이 이리 날리거 저리 굴린 끝에 새벽녘 빗줄기 가라앉고 바람 잠잔다. 햇살은 구름 사이사이 고개를 내밀다가 숨는다. 흰빛, 잿빛, 허여물그스름한 빛, 온갖 빛깔 구름이 갖은 모습으로 섞여 흐른다. 봄하늘 파란 빛깔하고 사뭇 다른 새로운 파란 빛깔로 하늘이 열린다.
저 하늘은 어떤 마음일까. 저 하늘은 어떤 마음이 나타난 모습일까. 누군가 비바람 그친 하늘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으리라. 누군가 비바람 그친 하늘을 가슴으로 담고 마음으로 새기리라. 아기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고, 꽃봉오리 터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든 꽃봉오리 터지든 열매가 맺든 옆지기가 웃든, 그예 가슴속으로 고이고이 아로새기면서 이야기 한 타래 길어올리는 사람이 있다. 책은 우리 둘레 어디에나 있어, 우리는 언제나 숱한 삶말 누린다. 4346.3.1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