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글·스팸글
지난새벽, 누군가 내 아이디를 훔쳐서 곳곳에 광고글을 띄웠다. 아침에 일어나 삼십 분 남짓 광고글 지우고 죄송하다는 인사글 올린다. 참 고맙게도 딱 한 군데에서만 활동정지를 받고, 다른 모임에서는 너그러이 봐준다. 다른 여러 모임에서는 그동안 ‘착하게 활동’하던 사람인 줄 여겨, 어쩌다가 저렇게 아이디 도둑맞았구나 하고 받아들인 듯하다. 고마운 노릇이다.
몇 달 앞서 옆지기도 아이디 도둑맞은 적 있다. 옆지기도 나도 쉽지 않은 비밀번호를 쓰지만, 어떤 비밀번호를 쓰더라도 아이디를 훔친다고 새삼스레 깨닫는다. 다른 사람 이름을 몰래 훔쳐서 광고글 올리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이런 일을 하며 즐거울까. 돈이 되니까 한달 수 있지만, 돈에 앞서 스스로 마음 갉아먹는 이러한 짓을 하는 삶은 얼마나 딱하고 슬프며 안쓰러운가.
글을 쓰자면, 내 삶을 사랑하고 믿으며 누리는 즐거움을 쓸 노릇이라 생각한다. 사랑을 글로 쓰지 못한다면, 글을 쓰지 말 노릇이라고 느낀다. 꿈을 글로 담지 못한다면, 글이든 책이든 내놓지 말 일이라고 느낀다.
여느 회사원이나 공무원 되어 돈을 버는 자리도 이와 같다고 여긴다. 그저 달삯 버는 기계가 되려면 뭣 하러 돈을 버는가.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짓지 못하려면, 회사원도 공무원도 부질없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삶을 일구지 못한다면, 대학생이 되거나 입시생이 된들 덧없다. 스스로 빛나는 삶을 찾지 않는다면, 가정주부로 있든 농사꾼으로 있든 공동체 식구로 있든, 그야말로 쓸데없다.
내 이름으로 올라간 스팸글 하나하나 지우며 생각한다. 참말 모든 글은 사랑이어야 하는구나. 참말 모든 책은 사랑이로구나. 참으로 모든 글은 사랑 쏟아 쓸 때에 즐겁구나. 참으로 모든 책은 사랑으로 읽어야 웃을 수 있구나. 4346.3.1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