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빚기
― 놀며 즐기는 사진

 


  필름으로 찍든 디지털로 찍든 종이에 앉히지 않으면 이웃하고 사진을 한껏 신나게 즐기기 어렵습니다. 셈틀을 켜서 화면으로 볼 수 있고, 손전화를 쥐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만, 셈틀이나 손전화나 오래도록 쳐다보면 눈이 아프고 전기가 많이 듭니다. 이와 달리, 종이에 사진을 앉히면, 벽에 붙여 언제나 돌아볼 수 있고, 지갑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언제라도 꺼낼 수 있으며, 사진첩에 꽂고는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어요.


  두 아이와 지난 한 해 복닥이던 모습을 담은 사진 200장 추려서 종이로 뽑습니다. 종이로 뽑으면서 작은 사진첩 여럿 장만합니다. 사진을 80장씩 꽂을 수 있는 사진첩을 다섯 개 있으면 사진 200장 넣을 수 있어요. 두꺼운 사진첩을 장만해도 되지만, 작은 사진첩 여럿 두어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보도록 해 줍니다. 세 살 작은아이는 사진을 마룻바닥에 죽 펼치고 밟거나 던지면서 놀지만, 여섯 살 큰아이는 동생더러 사진 밟지 말라고 구기지 말라고 이르면서 사진첩에 착착 예쁘게 꽂습니다.


  여섯 살 큰아이는 세 살 동생한테 뭐라 뭐라 한소리 하지만, 큰아이도 동생 나이였을 적에 동생처럼 사진을 밟고 던지고 했어요. 때로는 입에 물고 침을 잔뜩 묻혔어요. 사진첩에 꽂은 사진을 끄집어서 아무 데나 팽개치기 일쑤였고, 사진첩까지 입으로 물고 놀며 망가뜨렸습니다. 이제 큰아이는 갓난쟁이 어릴 때처럼 사진이나 사진첩을 함부로 다루지 않습니다. 예쁘게 자라는 아이답게 예쁜 손길로 예쁜 사진이 되도록 건사해 줍니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사진을 찍을 때부터 놀면서 즐깁니다. 놀이를 즐기며 사진기를 다룹니다.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할 수 있지만, 곰곰이 따지면 아이들하고 사진으로 함께 논다 할 수 있어요. 노는 틈틈이 사진기를 쥡니다. 놀다가 살짝 쉬며 사진기를 듭니다. 한손으로는 놀고 한손으로는 사진기를 잡습니다. 아이들더러 예쁜 얼굴짓 하라 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든 모습이 예쁘고, 아이들과 노는 어른 또한 눈길이랑 손길이랑 말길이랑 마음길 모두 예쁘게 거듭납니다. 사진이랑 노는 사람은 누구나 예쁩니다. 4346.3.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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