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놀이, 똥놀이

 


  작은아이가 사흘 잇달아 바지에 똥을 안 싼다. 오줌그릇에 앉아 똥을 눈다. 작은아이가 씨익 웃으며 바지를 홀랑 벗고는 오줌그릇에 앉는다. 그러고는 “똥, 똥.” 하고 말한다. 뭔 소리인가 하고 아이를 바라보며 “바지 입어야지.” 하다가 구수한 똥내음 맡는다. 옳거니. 이제 똥바지 빨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데, 작은아이가 똥을 누고 나서 바지를 안 입으려 한다. 날이 폭하니까 바지 벗고 다녀도 그럭저럭 낫다 할 테지만, 바지는 입어야지? 애써 바지를 입혀도 어느새 또 바지를 벗고 돌아다닌다. 쉬를 누이고 다시 바지를 입히면 또 아버지 안 보는 사이에 홀랑 바지를 벗는다. 쳇, 하고 말하다가 사진을 찍는다. 네 이 모습 사진으로 똑똑히 남기겠어. 너 나중에 커서 네 어린 날 이 모습 얼굴 벌게져서 들여다보도록 해 주겠어. 4346.3.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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